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빌려다가 국어의 일부로 쓰는 말이다. ‘담배’는 본래 ‘tobac-co’에서 온 말인데, ‘연초’란 말로 번역하여 쓰기도 했지만 ‘담배’로 통용된다. 이러한 말을 외래어라고 한다. 외래어는 ‘담배’, ‘남포’ 등과 같이 이제는 그 어원을 잊었을 정도로 아주 국어의 한 부분이 된 것도 있지만, ‘아나운서, 넥타이’ 등과 같이 그것이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것도 있고, ‘바캉스, 트러블’ 등과 같이 아직 자리를 굳히지 못한 것도 있으나, 이들이 국어의 문맥 속에서 국어 식으로 발음되며, 때로는 그 본래의 뜻이 변해 가면서 국어의 일부로 쓰이는 점은 같다. 이러한 외래어를 표기하기 위해 국어의 현용 24 자모 외에 특별한 글자나 기호를 만들어서까지 그 원음을 충실하게 표기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새로운 기호의 제정은 그것을 별도로 익혀야 하는 무리한 부담을 주는 것이 되며, 그러한 표기가 잘 지켜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외래어의 표기는 일부 전문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며, 그들이 쉽게 보고 익혀서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2항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
외래어의 1 음운은 1 기호로 적어야 기억과 표기가 용이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외국어의 1 음운이 그 음성 환경에 따라 국어의 여러 소리에 대응되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1 음운 1 기호의 원칙이 무리하며, 이러한 때만 간혹 두 기호로 표기할 필요가 있을 때를 예상하여 ‘원칙적으로’라는 단서를 붙였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이 조항은 외래어라고 할지라도 국어의 말음 규칙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국어에서는, 예컨대 ‘잎’이 단독으로는 말음 규칙에 의해 [입]으로 발음되지만, ‘잎이’[이피], ‘잎으로’[이프로] 등과 같은 형태 음소적인 현상이 있기 때문에 위의 일곱 글자 이외의 것도 받침으로 쓰이나, 외래어는 그러한 형태 음소적인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book’은 ‘붘’으로도 표기할 수 있지만, ‘북이’[부기]. ‘북을’[부글]이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외래어는 그대로 말음 규칙에 따라 표기하는 것이 옳다. 다만, 국어의 ‘ㅅ’ 받침은 단독으로는 ‘ㄷ’으로 발음되지만 모음 앞에서는 ‘ㅅ’으로 발음되는 변동 현상이 있는데 이것은 외래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므로 ‘ㅅ’에 한하여 말음 규칙에도 불구하고 ‘ㄷ’이 아닌 ‘ㅅ’을 받침으로 쓰게 한 것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조항은 유성·무성의 대립이 있는 파열음을 한글로 표기할 때 유성 파열음은 평음(ㅂ, ㄷ, ㄱ)으로, 무성 파열음은 격음(ㅍ, ㅌ, ㅋ)으로 적기로 한 것이다. 국어의 파열음에는 유성·무성의 대립이 없으므로 외래어의 무성음을 평음으로 적을 수도 있으나, 그러면 유성음을 표기할 방법이 없다. 유성 파열음을 가장 가깝게 표기할 수 있는 것은 평음이다. 따라서, 같은 무성 파열음이 국어의 격음에 가까운 경우도 있고 된소리에 가까운 것도 있다, 영어의 무성 파열음은 된소리보다 격음에 가깝고, 프랑스어나 일본어의 무성 파열음은 격음보다 된소리에 가깝다. 이렇게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무성 파열음은 격음 한 가지로만 표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 까닭은, 같은 무성 파열음을 언어에 따라 어떤 때는 격음으로, 어떤 때는 된소리로 적는다면 규정이 대단히 번거로워질 뿐만 아니라, 일관성이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언어의 발음을 다른 언어의 표기 체계에 따라 적을 때, 정확한 발음 전사는 어차피 불가능한 것으로, 비슷하게밖에 전사되지 않는다. 프랑스어 또는 일본어의 무성 파열음이 국어의 된소리에 가깝게 들린다고는 해도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며, 격음에 가깝게 들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규정의 생명인 간결성과 체계성을 살려서 어느 한 가지로 통일하여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국어에서는 된소리가 격음에 비해서 그 기능 부담량이 훨씬 적다. 사전을 펼쳐 보면, 된소리로 된 어휘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외래어에 된소리 표기를 허용하면 국어에서 쓰이지 않는 음절들을 써야 하며, 인쇄 작업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격음의 경우에도 이렇게 국어에서 쓰지 않는 음절이 생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나, 된소리까지 씀으로써 그러한 불합리와 부담을 가중할 필요가 없다. 이 규정은 중국어 표기에도 적용된다. 중국어의 무기음이 우리의 된소리에 가깝게 들리기는 하지만, 무기·유기의 대립을 국어의 평음과 격음으로 적는 것이 된소리와 격음으로 적는 것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외래어는 그 차용 경로가 다양하다. 문다를 통해서 들어오기도 하고, 귀로 들어서 차용되는 것도 있으며, 원어에서 직접 들여오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제3국을 통해서 간접 차용되는 것도 있다. 또, 오래전부터 쓰여 온 것도 있고, 최근에 들어온 것도 있다. ‘카메라’, ‘모델’ 같은 것은 철자를 로마자 읽기식으로 차용한 것이며, ‘펨프’같은 것은 귀로 들어서 들여온 것이다. ‘pimp’를 로마자 읽기식으로 하면 ‘핌프’가 되었을 것인데 우리에게 더 가깝게 들리는 ‘펨프’가 되었다. ‘담배, 남포’ 같은 것은 연대가 하도 오래돼서 일반 대중은 이들이 외래어라는 의식이 없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온 외래어는 어떤 특정한 원칙만으로는 그 표기의 일관성을 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b, d, g]가 ‘ㅂ, ㄷ, ㄱ’으로 발음되고 있으나, 같은 [b, d, g]가 어느 경우에는 ‘ㅃ, ㄸ, ㄲ’으로 발음되고 있다. 또, 같은 말이 두 가지로 발음되고, 뜻도 달리 쓰이는 것이 있다. ‘cut’은 ‘컷’이라고도 하고 ‘커트’라고도 하는데, 인쇄의 도판일 때는 ‘컷’이라고 하고, 정구나 탁구공을 깎아서 치는 것은 ‘커트’라고 한다. 이러한 외래어 중 이미 오랫동안 쓰여 아주 굳어진 관용어는 그 관용을 인정하여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관용대로 적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그 관용의 한계를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그것은 표준어를 사정하듯 하나하나 사정해서 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 작업은 별도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렇게 사정된 관용 외래어는 장차 용례집을 편찬하여 일반이 참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따라서, 본 법안은 관용어라고 할 만큼 자리를 굳히지 못한 외래어나 앞으로 새로 들어올 말들을 체계적으로 통일성 있게 표기하는 데 지침이 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 규정의 보기에는 아직 외래어로 볼 수 없는 외국어의 예도 필요에 따라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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